[이봉화 칼럼] 국회는 왜 낙태 문제에서만 형법을 피해 가려 하는가

202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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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는 왜 낙태 문제에서만 형법을 피해 가려 하는가



                                               이봉화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운영위원장


국가는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과 형법의 문제다. 형법은 국가가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법익의 최종 목록이다. 그 맨 위에 생명이 있다. 국가는 형법을 통해 “이 선을 넘으면 처벌한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낙태 문제에 이르면 국회의 태도가 달라진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여당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은 형법 개정이라는 정공법을 피한다. 형법은 그대로 둔 채, 행정법인 모자보건법으로 사실상의 전면 허용 구조를 만들려는 방식이다. 이는 입법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신호다.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은 낙태를 전면 허용하라는 판결이 아니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키는 입법을 하라는 주문이었다. 그 주문의 핵심은 국회, 특히 법제사법위원회의 역할이었다. 형법을 다루는 상임위가 책임 있게 기준을 세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사위는 이 문제에서 침묵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입법 공백이다.


그 공백을 메우는 방식도 문제다. 주수 제한도, 허용 사유도, 국가 책임도 법률에 명시하지 않은 채 대부분을 시행령과 부처 판단에 넘기려 한다. 이는 조절 입법이 아니라 위임 입법이다. 생명처럼 중대한 법익을 행정부 재량에 맡기는 것이 과연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약물낙태 문제는 더 노골적이다.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이라는 모호한 표현 아래, 전문의 요건도, 의료기관 기준도, 응급 대응 체계도 법률에 없다. 일본조차 약물낙태를 허용하면서 병원 내 투약, 산부인과 전문의 한정, 엄격한 주수 기준을 명확히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법률에 담지 않는가.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국가는 허가만 하고 뒤로 빠진다. 의사는 불명확한 기준 속에서 법적 위험을 떠안는다. 여성은 그 사이에서 의료적·정신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책임 주체가 분명하지 않은 제도를 법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입법의 역할인가.


이 문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사회의 무관심이다. 태아는 투표권이 없고 정치적 부담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논의의 마지막으로 밀린다. 그러나 국회가 보호 대상에서 한 생명을 제외하기 시작하면, 그 기준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법익의 경계가 무너질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항상 약자다.


나는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운영위원장으로서, 그리고 한때 국가 정책의 책임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국회에 묻는다. 왜 낙태 문제에서만 형법을 피해 가는가. 왜 생명에 관한 문제를 행정 편의의 영역으로 밀어내는가. 국회, 특히 법제사법위원회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낙태 문제는 개인의 선택 이전에 국가의 태도를 묻는 문제다. 형법이 지켜야 할 법익을 스스로 흐리는 국회는, 과연 무엇을 보호하는 국가를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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